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 매우 높은 나라로 지목
탁상행정 아니라 현실 반영한 정책으로 체질 개선 필요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이미 저출산에 초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출산율 꼴찌이면서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OECD 38개국 가운데 1.00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0.65명대 초저출산 시대를 맞은 한국은 이제는 소멸시계가 켜졌다는 말까지 나오는 만큼 이제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과 실천이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뉴스워치>에서는 실질적인 접점에 있는 현장의 소리들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화곡동 열매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파티 모습(사진 모델 : 최시우). 사진=최양수 기자
화곡동 열매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파티 모습(사진 모델 : 최시우).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있다. 이미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유명한 석학인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은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듣고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다.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쓰면서 한국의 저출산 위기에 대해서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7·Donald J. Trump)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부통령) 유력 후보인 JD밴스 상원의원도 한국의 저출산 위기를 언급하며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을 표상하는 국가로 한국을 사례로 들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역시 지난 2022년 5월 X(옛 트위터)에서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1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글로벌 인구 붕괴 위기를 언급하며 한국을 첫 사례로 꼽았다. 뉴욕타임스(NYT)도 칼럼을 통해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에 준하는 파급력을 지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전망한 인구학자들 역시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줄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서울 강서구 하늘샘&하늘숲어린이집 합동 ‘한마음! 가족운동회 모습(사진 모델 : 최시우).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 강서구 하늘샘&하늘숲어린이집 합동 ‘한마음! 가족운동회 모습(사진 모델 : 최시우). 사진=최양수 기자

연간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 1980년 2.82명, 1990년 1.57명, 2010년 1.26명, 2023년 0.72명을 기록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0.7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는 23만명으로 8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17년 4분기에 처음으로 1.00명을 밑돈 분기별 출산율은 6년 만에 0.6명대까지 하락했다. ‘오천만 국민’으로 대표되는 인구 5000만명 시대의 마지노선은 2041년에는 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총인구는 약 50년 뒤인 2072년에는 3600만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5167만명에서 2072년 3622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1977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초거대 도시 서울특별시 역시 저출산 고착화로 합계출산율이 0.55명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서울 인구 수는 1988년 처음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2015년(1002만2181명)을 마지막으로 서울 인구 1000만명 선은 붕괴됐다. 2016년(993만616명)부터는 매년 감소 추세인데, 지난해에는 938만6034명까지 줄었다. 서울도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구절벽의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인구 표어를 보면 1995년까지는 인구 증가 억제 정책기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세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970년대에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만 낳아 식량조절” 등을 강조했고 당시 불임시술을 하면 아파트 우선 입주권 특혜까지 줬다.

1980년대부터 서서히 저출산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지만 이를 관과하고 정책은 계속 인구 억제를 했다. 당시 “둘 낳기는 이제 옛말 일등국민 하나 낳기”,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이 등장했으며, 아들 선호가 심해지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도 나왔다.

서울 강서구 하늘샘&하늘숲어린이집 합동 ‘한마음! 가족운동회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 강서구 하늘샘&하늘숲어린이집 합동 ‘한마음! 가족운동회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2000년까지 인구증가율을 1%로 낮춘다는 목표는 1988년에 조기 달성하자 1990년대부터는 인구 증가 억제에서 인구 자질 향상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2005년부터는 인구 감소 위기가 점차 심화되기 시작하자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아기들의 웃음소리 대한민국 희망소리” 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9명까지 떨어진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응을 시작했지만 유의미한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미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월 450만원까지 상향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선구자였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허 대표는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대선)부터 2022년 20대 대선까지 공약으로 결혼하면 1억원, 출산 1인당 5000만원, 자녀 10살까지 월 100만원 육아수당을 주겠다고 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황당했던 공약이지만 인천시가 아이를 낳는 가정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충북 영동군이 민선 8기 공약인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행하며, 경남 거창군도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 지원을 계획한다고 밝혀 허경영 대선 공약이 점차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저출산 시대에 여러 지자체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거나 청년 부부 결혼 장려금으로 500만원을 주는 등 정부 지원 없이 전국의 지자체 90% 정도가 출산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임산부 배지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임산부 배지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하지만 해외 석학들은 한국의 기존 저출산 정책들이 대다수 일시적인 땜빵 정책인 탓에 현장하고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체질을 전부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기업들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유급 15일(다태아 20일)의 배우자 출산 휴가와 유급 5일의 난임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출산 전·후 휴가, 출산 지원금, 직장 어린이집 등 제도 외에 대기업 최초로 저출산·육아지원 전담팀(TFT)을 구성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현대차 노사 차원의 방안을 찾고 직원 생애주기(결혼-임신-출산-육아-취학)에 기반한 종합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상사 결재 없이 출산 여성 직원이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한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이 경제적 이유로 휴직을 꺼리지 않도록 첫 달에는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의 차액을 회사가 전액 지급한다. HD현대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직접 나서 ‘육아 걱정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개원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LG전자는 육아휴직 2년, 유급 난임치료 휴가 3일 등 법정 기준 이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임신·출산·육아기 관련 다양한 지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재충전 기회를 부여받으며 가정을 돌보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명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놓았고 쌍방울그룹 역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올해 1월 1일 이후 자녀를 출산한 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첫째 출산 시 3000만원, 둘째 출산 시 3000만원, 셋째 출산 시 4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뉴스워치>에서는 [인구절벽 골든타임]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접점이 있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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