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호남 출신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세론이 길어지면서 역시 호남출신인 ‘정세균 대망론’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전 총리를 총리직에서 놔주면서 좀 더 큰 정치를 하라는 뜻을 몇 번이나 강조한 바 있다.

총리직을 통해 인지도를 더 넓히고 대선주자급 스펙트럼을 넓힌 이 전 총리의 사례를 보면 정 총리 역시 유사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 논리다. 한마디로 말해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총리직을 무난히 수행하면 향후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과 정세균 닮았지만 다르다!]

이 전 총리와 정세균 총리는 국회의원을 거쳐서 국무총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무주공산에 놓여있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이낙연(전남 영광) vs 정세균(전북 진안)의 차기 경쟁을 호남발 남북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도 공통점이다. 19대·20대 국회 주인이었던 정 총리가 21대 총선에서 이 전 총리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의 상징성은 적지 않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들은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전 총리는 전남에서만 4선 의원을 지냈다.

특히 이번 총선과정에서 호남지역에서는 이른바 ‘호남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민심이 표출됐다. 정 총리 역시 서울 종로에서 재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고향은 호남이다.

전북에서 4선 의원을 지낸 후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정치적 결단을 감행했다. 정 총리는 특히 수도권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경력 탓에 호남후보가 대선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확장성의 한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차이점도 있다. 이제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달랐다. 이 전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언론인이다. 정 총리는 민주당에서는 드물게 기업인 출신이다. 이 전 총리는 언론인 시절 필명으로 이름을 날렸고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 총리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정치인 시절 신망을 샀다. 4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총리는 전남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올랐다.

반면 정 총리의 정치적 스펙은 화려하다. 이미 10여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것은 물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원내대표·당 의장까지 모두 거쳤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도 지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대어를 누르며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다. 국회의장 이후 정계은퇴를 선택하지 않고 국무총리에 도전하면서 ‘대권을 향한 권력의지가 강력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코로나.경제총리 장점...낮은 지지율 극복대상]

하지만 이 전 총리와 지지율을 비교할 때 정 총리의 상황은 열악하다. 차기주자로서의 영향력과 대중성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직 총리로서 본격적인 자기 정치에 나설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취임 이후 곧바로 차기 대선주자로 수직상승한 점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정 총리는 특히 코로나19 위기 정국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정 총리는 5선 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정 총리는 풍부한 정치경륜이 강점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진두지휘하면서 ‘코로나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주당 계열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경제인 출신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대권구도에서 경제문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 총리의 경제관련 행보도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총리’를 자처했던 취임 초기로 돌아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이자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인 정 총리의 전공 분야가 바로 경제다.

다만 당내 기반은 정 총리가 아직까지는 우위로 평가받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문 대통령과 경쟁하기도 했지만 크게 봤을 때 여권 대주주인 친노·친문세력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오랜 정치활동 속에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이 당 안팎 곳곳에 포진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시에 모두 정 총리의 정치적 후원세력이 될 수 있다.

실제 당정청의 주요 포스트에서는 정 총리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정치인들이 적잖게 포진해있다. 지난달 4월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이 전 총리다. 당권 출마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의 등장에 취재진이 몰렸다.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지도부가 앉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형석·남인순 최고위원과 같은 테이블이었다.

당시 정 총리의 등장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깜짝 등장이었다. ‘정세균계’ 의원들이 일어나서 정 총리를 맞았다. 축사를 마친 정 총리는 테이블을 돌며 당선인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21대 총선 후 정 총리는 가까운 민주당 당선자들 위주로 비공개로 당선 축하 자리를 여러 차례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는 대권성공이 어렵다’ 불문율 깰까]

정 총리는 국회의장 이후 정계은퇴라는 여의도 정치권의 불문율을 깨고 국무총리에 오른 것은 차기 대권으로 가는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국무총리는 출신은 대권 성공이 어렵다”는 정치권 속설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무총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실권을 전혀 갖지 못한 대독총리로 불렸다. 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역대 정부에서 유력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는 97년 대선, 2002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07년에도 도전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고건 전 총리는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기를 다투는 빅3 후보였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하며 중도하차한 바 있다.

총리는 유력 차기후보 자리에 오를 수는 있지만 대권도전은 결과적으로 늘 실패했다. 그만큼 총리 출신이 대권을 거머쥐는 건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음 대선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성공할 경우 총리 출신 대통령이라는 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과연 이번 대권에서 정 총리가 산적한 난관을 뚫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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