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두산 계열사 매각에 이어 사업재편까지 요구
- 업계 전문가, “코로나19로 매각가치 높이기 힘들어”
- 가스터빈‧LNG‧풍력사업 등 무리한 개편…되려 ‘독’ 돼

서울 중구 두산타워 전경. /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경영난에 처한 두산중공업이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 받는다. 이에 따라 유동성에 빠진 두산중공업은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황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지난 1일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1조2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친환경사업을 주문한 것과 관련, 사업 개편이 현실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일 산은·수은에 따르면 신용위원회와 확대 여신위원회를 각각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앞서 채권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축과 국가 기간산업 보호 필요성, 두산그룹이 제출한 재무구조개선 계획 등을 고려해 3월 말 1조원, 4월 8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수출입은행이 4월 외화채권 약 6000억원 대출 전환한 것까지 포함하면 산은·수은의 두산중공업 지원 규모는 2조4000억원에 이르며, 이번에 추가 지원하는 1조 2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지원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채권단은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계획 실행에 따라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은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경영정상화 방안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도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상증자,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으로 3조원 이상 유동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채권단은 추가 지원 규모 외 매각 대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전기차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와 두산타워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룹의 핵심 사업부 격인 △모트롤BG △산업차량BG △전자BG를 포함해 △두산메카텍 △두산건설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며, 클럽모우CC 등 두산중공업 보유 골프장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모습. 사진=두산중공업

다만 두산퓨얼셀은 매각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두산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매각대상으로 포함됐는 지에 대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보유 중이다.

앞서 채권단은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요구했지만 두산 측은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계열사 매각에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매각 자체가 순조롭게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두산 측은 매각할 수 있는 것은 다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내놓기엔 불안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매각에 나선다 해도 제 값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두산중공업이 의지를 드러낸 ‘사업 재편’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1일 LNG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는 “가스터빈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를 비롯해 수소 3D 프린팅 등의 신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이 내세운 사업 재편은 그들의 의지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뿐이지 사업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두산그룹이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우리 측이 공식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산 측에 기존에 추진해왔던 석탄과 원전 사업에 대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언급했기에 두산 측이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는 것이 재계 쪽의 분위기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이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그 해 풍력발전 분야 국제 인증기관인 ‘UL DEWI-OCC’로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5.56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에 대한 형식을 인증 받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터빈 사업은 부품 교체 및 유지보수 수요가 꾸준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풍력 발전분야 역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사진=두산중공업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힘입어 지나치게 무리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분야 학계 전문가는 “‘탈원전’ 자체가 정치적인 차원에서 제기된 만큼 정부 당국도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 “두산중공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원전 설비 기술을 가졌는 데 지금 와서 이렇게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무슨 꿍꿍이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계 전반으로는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화석 연료 중심의 사업 구조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이 마련되지도 않았는 데 성급하게 사업 구조를 바꾼다면 국책은행의 지원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가스터빈·풍력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금을 조달한 다음 관련 기술 개발·검증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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