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운동,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산

2018년 한해도 이제 저물어 가고 있다. 1월 1일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한해가 기울어 가고 이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다. 올해 한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또한 올해에도 수많은 사건·사고로 인해 울고 웃는 한해였다. 한해를 돌아보는 이때 뉴스워치는 10대 뉴스를 선정해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다가올 己亥年(기해년) 황금돼지띠 해인 2019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2018년 우리나라를 뒤흔든 것은 ‘미투(#metoo : 나도 당했다)’이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는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사회운동이다.

그런 미투 운동이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방송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서 검사의 폭로는 마른 벌판에 불을 놓은 형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정치, 문화, 예술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얼룩은 ‘젠더 혐오’였다. 온라인 상에서 묶여 있던 ‘젠더 혐오’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젠더 혐오는 결국 페미니즘과 혼용되면서 우리 사회에 가치 혼란을 일으켰고, 그것이 정치적 문제로도 비화됐다.

상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사회 각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 11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 검사는 법무부 핵심 간부인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안 전 검사뿐만 아니라 남성 검사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경험을 상세히 밝혔다.

이 보도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번져 나가면서 우리 사회에 갇혀 있었던 수많은 성폭력·성차별 사례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됐다.

국민은 서 검사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서 검사는 폭로 이후 여전히 협박과 음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치권, 안희정-정봉주 미투 운동에 무릎

서 검사로부터 촉발된 미투 운동은 사회 전반으로 번져 나가면서 정치권에서도 그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비서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고발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행사를 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도중 미투 운동에 휩쓸렸다. 해당 피해자는 과거 정 전 의원이 여의도 모처 호텔 커피숍에서 자신에게 입맞춤을 시도하려고 했었다고 주장했고, 그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정 전 의원은 초반에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해당 기간에 호텔 커피숍에서 계산한 카드 영수증이 발견되면서 해당 커피숍에 간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 전 의원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윤택의 민낯 드러나

그 이후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에서도 일어났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연극계는 휘청거렸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연예계로 옮겨지면서 영화감독 김기덕씨와 영화배우 조재현씨에 대한 미투가 끊이지 않았고, 고발 역시 지속됐다.

배우 겸 교수였던 조민기씨는 자신의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연예인들은 미투 운동으로 인해 방송에서 하차 해야 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6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투로 촉발된 여성운동, 페미니즘 넘어 젠더 혐오로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성 운동이 페미니즘을 넘어 젠더 혐오로 이어졌다는 것이 올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급속도로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일부 미투 운동에 대해 세간에서는 그 순수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튜버 양예원씨의 미투운동이다.

양씨가 모델 활동 과정에서 강압적 촬영,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세간의 일부에서는 사진이 유출되자 양씨가 강압적 촬영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 중에 순수한 미투와 불순한 미투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몰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유출됐고, 여성모델이 긴급 체포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두고 페미니즘 단체들은 ‘성(性) 편파 수사’라면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남성이 피의자인 몰카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 반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페미니즘 단체들은 혜화역에서 집회 및 시위를 6차례 가졌다.

그러면서 젠더 혐오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단체들의 주장이 페미니즘을 넘어 젠더 혐오로 이어지면서 젠더 갈등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이수역 폭행' 피해자로 주장하는 여성이 게시한 피해 증거사진./사진제공=연합뉴스

언론도 젠더 혐오 부추겨

이런 극에 달한 젠더 혐오는 최근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젠더 혐오가 단순히 ‘설전(舌戰)’을 넘어 폭행 사건으로 번지게 됐다.

여기에 래퍼 산이가 남성 혐오를 중단하라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인 노래를 발표했다. 문제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브랜드뉴 이어 2018’ 콘서트에서 남성 혐오를 일삼는 일부 여성들이 산이의 등장부터 야유와 욕을 섞어가면서 공연장 분위기를 망쳤고 물건을 던지는 테러까지 일삼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들도 젠더 혐오를 부추기는 경향이 강했다. 페미니즘과 젠더 혐오를 구분하지 못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젠더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페미니즘과 젠더 혐오는 분명 구분해야 한다. 페미니즘은 양성 평등을 목표로 하고 있지 상대 성(性)에 대한 혐오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가 젠더 혐오에 대한 자제를 해야 할 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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