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6월 29일 원로 영화배우 이순재(85)의 매니저였던 김 모 씨가 이순재의 부인과 손자로부터 집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잡다한 심부름까지 시켰다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매니저로 일한 두 달 동안 쉰 날은 5일밖에 되지 않았으며 주말을 포함해 평균 주 55시간 넘게 일했으나 결국 해고당했다는 것과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계약서를 근거로 회사에 따지기도 어려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들에게 가장 호감받는 배우 중 한 사람이었던 이순재씨의 갑질에 대한 보도는 곧바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국민 대부분은 두 측의 벌이는 진실공방과 나름대로 다른 사정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전 매니저에 대한 비난의 댓글도 눈에 띠었다.

그러나 이순재씨는 "전 매니저가 언론에 제기한 내용은 맞고 그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라고 깨끗하게 자신에게 제기된 주장 전부가 사실이었고 인정했으며 이에 대한 사과의 심정도 밝혔다.

7월 5일 그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80년 평생을 연기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들의 고충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을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들어올 매니저에게는 수습 기간이든 아니든, 어떤 업무 형태이든 무조건 4대 보험을 처리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에게도 요청했다. 가족의 일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은 건 잘못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댓글 등을 통해 전 매니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 매니저가 이 일로 힘들어하며 그의 가족들까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매니저가 입은 실망과 상처를 치유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이 사태에 대해 전 매니저를 비난할 일은 결코 아니다. 전적으로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고 이에 대해 전 매니저를 비난하는 것은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순재씨의 아름다운 사과와 용기를 보며 모처럼 기분이 개운해짐을 느꼈다.

그간 한국 정치권에서도 의혹과 심지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졌다. 고소와 역고소,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언론과 집단들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지지여론 조성 등의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들은 매체를 바꿔가며 지지하는 정당의 소속 인사에 유리한 글,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계속하고 있다. 언론은 특정 정당을 맹렬히 지지하는 인사들을 중복해 출연시키며 이들의 판에 박힌 억지 주장을 되풀이, 방송한다.

국민들은 그다지 어리석지도 않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도 않는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여러 사실을 조합하면 어느 쪽의 사정과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발달한 인터넷 인프라로 인해 다양한 뉴스 채널을 보며 종합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아무리 촛불혁명이니 적폐니 문빠니 내로남불이니 하며 상대방 주장을 매도해도 진실을 가릴 순 없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치색이 강한 몇 언론들은 아예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고도 한다.

이제 넘쳐나는 자기합리화와 상대방 측 주장에 대한 매도는 다만 역겨울 뿐이다.

살다 보면 상사의 눈에 띄기 위한 과도한 행위, 자신의 실수, 자신이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가족의 일탈 등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깨끗이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각오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모처럼 우리 사회의 한 원로배우의 아름다운 인정과 사과를 보며 한국 정치권도 이와 같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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