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수석 부회장, 7일 최태원 회장과 만남
-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회장 이어 3번째 회동
- 자동차-배터리 동맹 결성해 ‘팀코리아’ 완성

지난해 12월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고위인사 대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해외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연일 종횡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르면 7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국내 주요 전기차배터리 제조기업 경영진과의 ‘릴레이 미팅’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고체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을 청취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 미래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과 미래차와 PAV(개인용비행체),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사용될 차세대 배터리 협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국내 1~4위 기업 총수를 차례로 만나 회동을 가진 것은 다름 아닌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 싼 국내 기업 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은 향후 한국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들 총수가 만나 힘을 모으자고 ‘의기투합’한 것.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기차 EV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일찌감치 전기차와 수소차를 염두에 두고 시장점유율 1위를 선점하기 위한 판매 확대를 노리고 광폭행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 간 협력에 관심을 모은다. 전기차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전용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다. 이에 미래차 분야의 ‘K드림팀’ 결성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현대차와 SK그룹 간 회동에는 최태원 회장을 포함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정 부회장과 친분을 쌓아 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은 국내 3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인 SK그룹은 기아자동차에 전기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5G 서비스를 활용한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협력 분야로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해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1~5월 기준)은 4.1%다. LG화학(24.25%·1위), 삼성SDI(6.4%·4위)에 이어 7위에 올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경쟁입찰을 거쳐 약 5년간 10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이번 E-GMP를 계기로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발주하겠다고 밝혔으며, 1차 계약을 SK이노베이션, 2차 물량은 LG화학이 가져갔다, 올 하반기 발주할 3차 물량은 SK이노베이션에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SK는 미래차의 핵심축인 ‘커넥티드 카’를 완성하는 통신 분야에서 다른 기업과 다른 강점을 가졌다.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등 부품영역에서 협업할 수 있는 삼성, LG그룹과는 다소 다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SK는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 축이 완성차가 아닌 통신기업이라고 볼 수도 있어 협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SK 배터리 기술유출 소송전으로 경색된 ‘팀 코리아’ 논의가 다시 재개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가 스위스에 수출하는 대형 수소전기트럭에도 배터리를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처음 수출하는 이번 수소전기트럭은 현대차 대형트럭인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유럽 현지 법규에 맞춰 개발된 34t급 친환경트럭이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 ‘H2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오는 2025년까지 총 160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스위스 수출 물량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모델인 NCM 811가 채택됐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그룹 회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LG그룹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과 만남을 끝으로 전기차 현장 행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기차 드림팀' 구성 논의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전기차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 간 협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및 협력 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나,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 최고 경영진의 잇따른 회동 자체만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만약 협력논의가 성사되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해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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