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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저공비행] 지역주택조합 분양 홍보의 함정

기사승인 2020.06.30  09: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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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이곳 아파트를 H건설이 시공하는 게 맞나요?”

건설사 홍보실에서 근무할 때 가끔 지역민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되고 싶은데, 시공사가 H건설이 맞는지 확인 차 전화를 한 것이었다. 

담당 부서에 확인해 보면, 아직 시공 계약이 안 된 상태에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할 목적으로 대형 건설사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지역주택조합은 ‘1군 건설사’의 시공이 확정됐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진짜로 시공사가 확정된 경우는 거의 없다. 

조합원들은 가입 후에야 뒤늦게 계약 체결이 되지 않은 채 이름만 빌려온 ‘시공 예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토지 확보도 ‘90% 이상’ 완료됐다는 식의 홍보는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이중 실제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택법 개정안 시행 전에 조합원 확보에 나서는 지역주택조합들이 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는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홈페이지에 유의사항을 게재하며 지역주택조합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6개월 이상 일정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 85㎡ 이하 소형 주택 소유주들이 공동으로 짓는 주택이다. 시행사가 아닌 조합원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일반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다른 개념이다. ​

재개발 사업의 경우 입주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시행사를 끼지 않고 조합원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다 보니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새 아파트를 받는 점도 매력이다. 

사업 과정을 보면 조합 설립과 조합원 모집 → 지구 단위 접수 → 토지 구입 → 사업계획 승인(건축심의) → 철거 후 착공 순이다. 조합이나 업무대행사가 아파트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모집하면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보통 가입비 명목으로 조합원에게 돈을 받은 뒤 이를 토지 구입에 활용한다. ​

지역주택조합을 믿고 투자했다 낭패를 본 투자자가 수두룩하다. 지역주택조합에서 제시하는 조건과 수익률 광고를 믿고 가입한 후 탈퇴하려 해도 가입비를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정에 없던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 해산이 지연되는가 하면 각종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 S건설이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지역주택사업을 하면서 “사업성도 괜찮고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면서 “건축심의 및 인·허가를 받으면 곧 착공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계획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을 안심시켰다.

문제는 S건설의 교묘한 ‘영업 행위’로 해당 사업장에서 조합에 가입한 지역 주민들에게 분담금 수백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S건설이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였고, 그간 들어간 사업 추진 비용 등 분담금 129억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점이다.

충북 청주시 A지역주택조합 투쟁위원회는 최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사업 답보에 따른 지주 불만 해소를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만든 뒤 위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

“지역주택조합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가입비를 사용할 수 없지만 조합이 마케팅 비용, 홍보관 건립 등에 조합원 가입비 290억원을 썼다”는 것이 투쟁위 주장이다. 투쟁위는 “조합 임원과 건설사 관계자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줄이려면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는 조합 해산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을 속이는 허위광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 모집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고 예치기관에 맡긴 돈을 조합이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관리하는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경북의 한 지역에서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모 지역주택조합.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1군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다며 “브랜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빨리 가입하면 로열동·로열층을 선택할 수 있다며 가입을 서두르라는 친절한 안내도 담겼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고, 2000만원 상당의 고급 전자제품도 준다고 한다. “토지확보도 거의 다 마쳤다”며 사업 진행도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홍보 문구만 들으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인데, 과연 사실일까? 

결론해서 말하면, 대부분 현 시점에서 허위이거나 과장된 내용이다. 이런 식의 홍보는 지역주택조합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되면 모두 금지된다. 

김웅식 건설부동산부장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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