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실리는 HDC 현산 아시아나 ‘인수 철회’ 가능성 '
- HDC현산 “인수의지 분명히 했으나” 실현가능성 ‘불투명’
- 이동걸 산은회장 “인수 거부하거나 미루면 분리매각 검토”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가 필요하다"며 KDB산업은행에 공식 요청했다.

9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대외 변수가 발생한 만큼 원점에서 인수를 위한 원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인수조건 재협의를 한국산업은행에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올 12월 27일 예정된 최종기한 시점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하거나 계속 연기할 경우를 대비해 통매각 대신 아시아나항공 자계열사들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9일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 ‘인수 의사를 표명하라’고 보낸 공문에 대한 회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HDC현산에 따르면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 체결 당시와 다르게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나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으며, 인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여러 상황들이 발생됐다“고 전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시점보다 2조 8000억원(2019년 연말 기준)의 부채가 추가로 더해졌으며, 1조7000억원을 추가 차입해 부채가 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부채비율은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6월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 또한 1분기말 현재 2019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2019년 12월말 공시 대비 증가된 2019년 순손실과 2020년 1분기 당기순손실을 모두 합치면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는 등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소재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이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수가 늦어지는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을 승인하는 한편 부실계열사에 대한 총 1400억원 지원을 통보한 바 있다.

HDC현산 관계자는 “4월 이후 2달간 11회 공문을 보내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상태‧ 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 재무상태 사이 갭 발생 배경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 산정 근거 △차입금 사용 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을 포함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산업은행과 직접 협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계약 당사자는 HDC현산과 금호그룹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공문 회신을 통해 “산업은행과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진 데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산업은행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다.

HDC현산은 또 인수와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서 최종기한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도 전했다. 

HDC현산은 "최종기한일이 연장되는 경우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따른 책임이 면제 또는 감면되는 것은 아니며,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관련 권리가 변경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저비용항공사(LCC) 등에 대한 통매각이 아닌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가 요구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자회사 분리매각 여부 검토여부’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입장을 명기했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목표를 세워 당초 ‘통매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매각 무산시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것. 만약 또 다시 매각해야 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을 함께 묶어서 매각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분리 매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매각 신속성, 항공 관련 시너지효과, 매각가격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통매각해야 한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견해가 반영됐다.

실제로 산은은 통매각 원칙을 적용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회사를 지난해 12월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2조 5000억원의 가격에 매각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2조17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경영권 인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중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취득을 무기한 연기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 등 인수를 위한 선행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고자 하는 분석이 나왔지만 갈수록 인수 철회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M&A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채권단이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굳이 위험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수를 강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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