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LNG선 103척 싹쓸이 수주처럼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원전수출 나서야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최근 카타르에서 발주한 LNG 운반선 103척의 건조 주문을 현대·대우·삼성 등 한국 조선 3사가 싹쓸이 수주했다. 

이번 수주는 기술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수주 금액은 23조원으로, 2009년 21조원 규모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4기를 수출할 정도로 원전 기술 면에서 세계 톱(top)을 달린다. 전 세계 430기의 원전 건설이 검토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안전기준에도 유일하게 통과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수출이 어려워졌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산업은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원전 업계는 내년 봄을 사실상의 생존 시한이라고 본다. 탈원전에 따른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주요 설비 납품이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나오자 1년 만인 2012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안전장치를 대거 보완한 3세대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탈원전은 이미 공론화가 끝난 상황”이라며 신성불가침의 성역임을 강조했다. 

집권 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에게 ‘원전 정책 방향’ 항목을 끼워 넣는 식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원전 축소’가 53%였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많은 여론조사에서 원전 이용 찬성이 국민 70%에 달하는 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요즘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朗報)를 듣는 게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이렇게 가다간 수주잔고가 몇 년 안에 바닥을 드러내고 문을 닫는 대형 건설사가 나올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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