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부터 ‘70%→30%’ 인하 폭 축소·100만원 상한선 폐지
- 비싼 차일수록 할인 폭 확대…2억짜리 차 ‘220만원’ 할인
- 소비자 “국산차 역차별…내수 활성화에 위배돼 검토해야”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소비가 많이 위축되자 기획재정부 등 정부당국이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면서 외제차 업계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차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개소세 인하의 폭을 낮춘 대신 상한선을 폐지하면서 출고가 또는 수입가 기준 6700만 원 미만 차량은 할인 혜택이 축소되는 반면 고가 국산차와 일부 수입차 등은 혜택이 늘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2만3272대로 전년 동기(1만9548대) 대비 19.1% 증가했다. 올해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는 10만886대다. 전년 동기(8만9928대) 대비 12.2% 증가했다.

반면 국산차 판매율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완성차업계 판매 실적에 따르면 4월 판매량은 14만5141대로 전년대비 6.5% 성장했다. 현대차와 쌍용차 실적이 전년대비 줄었지만 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은 판매가 증가했다.

정부당국이 6월 말로 만료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는 소비 진작 차원에서 연말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대신 인하율을 70%에서 30%로 낮췄으며, 100만원 감면 한도도 한시적으로 없앤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통상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출고가의 5%다. 예컨데 1억짜리 차를 구입한다면 500만원을 개별소비세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개소세는 지난해 말까지 3.5%에서 올해 1~2월 다시 5%로 원상 복귀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자 3~6월 1.5%로 인하했다가 7~12월까지 3.5%로 바뀐다. 1년에 무려 개소세가 3번이나 바뀌는 셈. 

가령 출고가가 1억원인 차의 경우 개별소비세 5%를 적용하면 5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6월까지 말까지 구입할 경우 500만원의 70% 감면돼 350만원이지만 감면 한도가 100만원으로 제한돼 4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7월부터는 350만원만 내면 된다. 그 이유는 100만원 할인한도가 없어져 되려 50만원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개소세 정책이 바뀌면서 기준점이 되는 가격은 약 6700만원이다. 만약 6700만원 미만의 승용차는 실제로는 개소세 할인폭이 축소된다.

만약 판매가 3000만원의 차량은 150만원인 개소세가 3~6월 50만원으로 감면됐다가 7월부터다시 105만원으로 55만원 늘어난다. 2배 이상 비싸지는 셈.

지난 2월 출시된 SUV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정리해보면 그랜져‧K7‧쏘나타 등 국산 인기차는 이달 말까지 구매를 서두르는 게 이득이고 비싼 수입차는 7월 이후로 미루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반떼는 상반기 1530만원에서 하반기 1570만원으로 39만원 비싸지고 그랜저는 상반기 3212만원에서 하반기 3294만원으로 82만원 더 주고 사야 한다.

반면 외제차인 메르세데츠 벤츠는 E450 모델의 경우 상반기 1억 260만원에서 하반기 1억213만원으로 47만원 싸게 살 수 있으며, S560모델은 상반기 2억 60만원에서 1억 9833만원으로 할인폭이 무려 220만원으로 커진다.

정부 시책대로라면 국산 차 중에서는 G80(제네시스)이나 GV80급 기준 풀 옵션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하반기에 개소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차종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놓고 내수 진작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소비자 A씨는 “내수를 진작하려고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낮춘다면서 고가의 수입차가 더 큰 할인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국산완성차업체도 개소세 인하가 연말까지 연장된 것은 다행이지만 결과적으로 비싼 차에 대한 세금 할인 폭이 더 커진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개소세를 30%라도 감면해줘서 부담은 덜 수 있게 됐지만 하반기 차량 구매를 앞둔 고객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생각이 들 것”이라며 “하반기 에는 국산차 판매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여져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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