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이후 몰래 가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대책회의가 말썽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수원과 산업부는 ‘탈원전(脫原電)과 한수원 적자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산업부 원전산업국장과 한수원 처장들이 참석한 ‘이사회 의결 후 손실에 대한 회계처리 영향 대응 협의’ 자리에서 월성 1호기 폐쇄로 생겨난 그해 2분기 6134억원의 손실액을 대외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놓고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산업부에서는 즉각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월성 1호기가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되어 균등 계상되던 감가상각비가 일괄 반영됨에 따라, 이를 국회, 언론 등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났는데도 한수원과 산업부가 대응 논리를 만들어 덮으려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들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최재형 감사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6일 감사원 정문에 몰려가 탈원전 정책의 성토와 더불어 최 감사원장이 직무유기, 국회법 위반 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수원의 어이없는 대책회의는 이번에 드러난 것만이 아닙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수원은 한동안 반핵단체들의 반핵 시위에 대응해 ‘원전 안전성 홍보’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수원 처장뿐만 아니라 원전 시공사 홍보 담당자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야 했습니다.

K 처장님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노심초사 하던 처장님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한수원과 원전 시공사,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원전 안전성 홍보를 위한 방안을 협의하던 대책회의 자리. 한수원에서 시공 건설사 원전 담당부서를 통해 홍보직원을 소집한 자리였습니다. 처장님은 이야기 도중 이렇게 발언하셨지요.

“시공사 여러분이 원전 안전성 홍보하는 거 점수로 매겨 원전 입찰 때 참고하겠다.”

도 넘은 발언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처장님은 무심코 한 말이었겠으나 당시에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하는 무언의 압박도 폭력입니다.

“왜 그러셨죠?”

건설사 관계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부적절한 말이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홍보직원들은 어리둥절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원전 홍보가 한수원 발주 공사를 수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사기업 홍보직원을 아랫사람 부리듯 막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겠지요. 그때 그 자리에선 누구도 다른 생각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원전을 수주해 공사해야 먹고살 수 있는 건설사의 조직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수원의 어이없는 ‘갑질’은 다음의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제목: 한수원의 어이없는 세미나. (전략) 한수원 홍보실 세미나 행사에 건설사 홍보실 직원들이 불려나가 술시중까지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경북 예천에서 홍보담당 직원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원전 시공사로 있는 대형건설사 홍보실 직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당시 세미나가 "원전건설 협력을 위한 것이고 상반기 홍보전략에 대한 발표를 통해 회원사 간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사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자리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건설사 직원들의 봉사(?)는 밤늦은 술자리에 이어 다음날 아침 산행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 발주사인 이른바 '수퍼 갑'으로 통하는 한수원 앞에서 시공업체에 불과한 건설사 직원들은 싫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F신문 칼럼)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원전 시공사의 임직원을 부르거나 자체 행사에 참석시켜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일은 많이 개선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기업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면, 원전 시공사 임직원을 아랫사람 다루듯 하지 않고 동반자로 생각하며 건설사를 직접 찾아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적폐청산의 새 시대에 상생의 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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