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뽑아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뽑을 사람은 안 보인다.”

이번 4·15 국회의원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할 지인(知人)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며 푸념한 이야기다. 지인의 이야기는 이즈음 유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 후보들의 명함은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간혹 길 바닥에 떨어져 행인들에게 밟히기도 한다. 명함은 건넨 사람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버림을 받는 데는 우리가 일꾼으로 알고 뽑았던 ‘완장꾼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가 시끄럽다. 4·15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며칠 동안 유권자는 ‘갑’으로 불린다. 길거리에서 난생처음 보는 남이 나에게 ‘90도 인사’를 한다. 행인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늘은 낮은 자세로 ‘머슴’을 자처하지만 ‘완장’을 차고 나면 주인 행세를 하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민을 위해 또는 지역구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더 많이 해 주겠다는 정책과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다짐은 오간 데 없고 오직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말잔치’가 난무하고 있다. 아무리 정확하고 논리적이더라도 진정성이 없다면 공염불이다. 진정성 없어 보이는 후보자의 말과 행동에 짜증이 날 정도다.

“후보들이 지역구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네요. 말로만 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해 당선을 위해 오늘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언론인 출신 K형은 이번 총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머슴’으로 살아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K형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어려운 곳을 찾아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K형은 어깨띠만 두른 채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을 알리는 것 대신 시장 상인들에게 방역용품을 나눠주는 등 코로나19 예방법 알리기에 나섰다. 시민공원 자연정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뽑아달라는 구호는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역구민이 그의 봉사활동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후보자의 모습이 믿음직스럽게 다가온다. 우리가 바라는 일꾼,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대표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며칠 전 일간지에 게재됐던 어느 정치평론가의 제안에 공감이 간다.

‘냉철하게 따져보고 정당과 무관하게 되도록 젊고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 정무적 판단보다 민심을 살피는 사람, 전문성에 기초해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 당론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보고 목소리를 냈던 사람에게 투표하자. 그들의 연극에 이번에는 조금만 덜 속는다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의 어떤 선택도 지금보다 더 나쁜 국회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자의 자질과 언행을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자. 국민이 ‘갑’이면서 주인임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선거 외에는 없다. 터무니없는 일을 한 자는 여의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꾼’보다는 ‘머슴’이 많이 선택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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