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대형쇼핑몰·유통전문점 규제, 왜 못했나?” 비판
소상공인 한 목소리 “골목상권 침해 누가 보상하나” 성토
법망 피해 몸집 키운 ‘유통 전문점’…“소비자 권익 우선”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 할인마트 매장 내부 전경./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대형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과 전문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끝내 휴지 조각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만 해도 빠른 시간 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주요 쟁점 법안에 밀린 데다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법안은 계류됐다. 아울러 유통기업들의 강한 반발과 야당 측의 비협조도 한몫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47건이 발의됐다. 다만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일부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공론화된 것은 2017년 9월 29일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대표 발의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에 주요 내용은 상업 보호구역의 세분화에 따른 규제 강화와 ‘복합쇼핑몰’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상업 보호구역 관련, 유통업 상권을 전통상업보존구역과 일반구역으로 나뉘었으나 해당 개정안에는 상업 보호구역·상업진흥구역·일반구역 등 3개로 세분화했다.

아울러 전통시장을 포함한 중소상공인 상권보장 구역을 보호·진흥구역으로 확대하고 일반구역에 진입하는 대기업 점포는 등록제로 전환해 관리하는 방안이 담겼다.

여기에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점 등이 주요 골자다.

스타필드와 고양 스타필드, 롯데몰 등 점포를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에 포함시켜 영업 일수 제한과 점포 입점 절차를 강화한 것.

아울러 대규모 점포가 일반구역으로 등록하려면 해당 사업자는 지자체에 지역상권발전 기여금을 내게 하는 등 점포 등록기준을 상향해 소상공인 보호에 주안점을 뒀다.

더불어 지난 2018년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도 준 대형점포는 아니지만, 매출액이 일정 수준에 달하는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해 말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다. 매출액 기준 대기업에 포함되는 대규모 유통장을 규제 사각지대에서 포함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세가지 개정안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빛바랜 서류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정부당국의 대형 할인마트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점포 운영 성격을 달리한 GS슈퍼마켓 등 SSM(대형 슈퍼)를 포함한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전문점으로 분류된 아성다이소와 이케아 등이 국내 지역 상권을 침범하게 된 것.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다이소에 대한 소상공인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전문점인 다이소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수준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받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영역을 확대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다이소와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골목상권의 소규모 점포와 상당수 겹치는 데다 이 마저도 가격을 싸게 공급해 판매한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들여 비싸게 팔다 보니 골목상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이다.

특히 문구업자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문구 관련 3개 단체가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구점을 운영하는 매장 가운데 92.8%는 “다이소 출점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이소 입점으로 매출이 줄어 매장 운영을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는 문구점도 절반(46.6%) 가까이 됐다.

다이소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소비가 늘어나면서 등 싼 가격에 생필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의 성향을 반영해 출점전략을 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별다른 ‘규제장치’가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최근 몇 년 새 매장 수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도 모자라 1년 365일 운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월 2회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와 달리 다이소는 별다른 규제가 없어 골목상권 침해가 상당하다는 것이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다이소는 생활용품만을 특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인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분류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법이 규정하는 규제 대상 조건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점포’ ‘3000㎡ 미만 이더라도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기업 등이 운영하는 점포로 음ㆍ식료품을 위주로 하는 종합판매 소매점’이다. 이에 유통 대기업에 적용되는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ㆍ의무휴업 규제 등을 피할 수 있게 된 셈. 다만 다이소는 지난 2018년 말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돼 인한 문구류 낱개 판매 가 금지 규제만을 받고 있다.

다이소 왕십리역점 인근에서 십 년 넘게 문구점을 운영해온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이슈가 복합쇼핑몰에만 집중돼 전문점은 규제망을 피해가기가 훨씬 쉬워졌다”며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나 복합쇼핑몰로 인한 피해보다는 다이소 등 전문점으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가 상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주 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유통전문점들 상당수가 골목상권 침해 등 소상공인들이 입는 피해를 고민하기보다는 법 제재를 어떻게 해서든 피해 1년 365일 영업할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고객 편의성과 경쟁 논리만 앞세우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 되는 관계로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물건을 계산하려고 줄 서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지역 상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편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지난해 4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용역 발주해 중소기업연구원이 내놓은 ‘전문 유통업체가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 및 규제 적정성 연구’에 따르면 다이소의 규제 필요성 점수는 5점 만점에 2.63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83.8%)은 다이소 규제에 있어 지역 상생보다 고객 편익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2013년 6월~2018년 6월까지) 서울 지역 다이소 매장을 조사한 결과, 다이소 미입점 지역 소상공인 매출(2018년 6월 기준)은 2013년 상반기 대비 9.4% 감소했다. 반면 다이소 입점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액은 동기간 대비 3% 늘었다.

정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당사자의 이익이 다른 이해관계자입장에서는 차별이 될 수 있다보니 특정 당사자의 피해가 입증됐다고 해서 바로 규제로 이어질 경우 더 큰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소비자의 전문점 규제 반대에 대한 목소리도 상당해 규제의 적정성이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이소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이소 관계자에 따르면 “다이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주안점을 둔 생활필수품을 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통기업의 무차별적 확장 성장전략과 다르다”며 “만약 다이소마저 유통산업발전법 적용을 받게 되면 가성비가 월등한 다이소의 제품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흔히들 다이소 출점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더 줄었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장사가 안돼 폐점한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1~2년 간 점포 출점도 10여 곳 안팎에 불과한 데다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우리도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당국으로부터 제재받고 있는 상황에서 출점 자체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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