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예금 비중 2000년 26%→작년 30.5%…규제완화로 성장 회복해야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송정훈 기자] 국민경제의 투자 주체인 기업의 예금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의 예금 증가율이 저축 주체인 가계보다 가팔라지면서다. 기업의 투자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업예금 첫 400조원 돌파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425조8778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기업예금이 40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가계 은행예금 잔액은 3.1% 증가한 618조4422억원이었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가계 증가율보다 3.7%포인트 높은 것이다.

경제교과서를 보면 가계는 저축의 주체다. 금융기관은 가계가 저축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한다. 기업은 이 돈으로 공장을 짓는 등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이론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기업예금 증가율은 가계를 앞섰다. 기업예금 증가율은 2014년 3.4%에서 2015년 8.3%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증가율은 같은 기간 5.7%에서 5.4%로 소폭 하락하면서 가계·기업 예금 증가율 간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2016년에는 기업예금 증가율이 10.2%로 확대한 반면 가계 증가율은 3.8%로 하락하며 역전 폭이 커졌다.

2017년 들어 기업(4.0%)·가계(3.3%) 예금 증가율 격차가 0.7%포인트로 좁혀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재차 벌어졌다.

시계열을 2000년대로 확대하면 기업예금 증가세는 더욱 분명해진다.

전체 은행예금 중 기업 비중은 2000년 26.0%에서 지난해에는 30.5%로 확대됐다. 반면 가계 비중은 59.8%에서 44.3%로 축소됐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소득이 늘고 있지만 투자나 임금, 배당으로 분배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중 기업 비중은 2000년 14.2%에서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20.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 몫은 62.9%에서 56.0%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의 경우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자산을 묶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저축 통계로 잡히지 않는 보험사 퇴직 연금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성장엔진 꺼져…규제완화가 ‘답’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의 투자 기피는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진데서 비롯된다며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유도를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배위주인 소득주도성장의 무리한 추진은 성장 엔진을 냉각시키고 있다”며 “현실 진단이 제대로 안된 정책이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경제 성장정책은 규제 완화 등 전통적 방식의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의 산업 창출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 신성장 부문에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이용 및 빅데이터 활용 등과 연계한 신성장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