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장 진출·강경 노조·GM 공장 폐쇄

▲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멕시코에 뒤지면서 7위로 내려앉았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의 생산 위축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를 켜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 부진의 원인으로는 해외 공장 진출, 강경 노조, GM 군산공장 폐쇄 등이 꼽힌다.

이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 자동차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사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광주형 알자리 사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 감소세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8년 10대 자동차 생산국 현황’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09만9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멕시코에 밀려 7위를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국내 생산량은 2015년 455만6000대를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감소세는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정부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기준 자동차 취업유발계수는 8.6명(10억원 생산 기준)이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건설이 13.9명, 정보통신 및 방송서비스가 12.7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취업유발계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와 자동차업계가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원인 1. 해외 공장 이전

국내 생산량이 부진한 이유는 국내 자동차 완성업계가 이제는 국내 공장보다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완성차 740만대를 팔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국내 총생산량이 409만9000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해외 공장에 의존하는 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해외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국내 강경 노조’ 때문도 있지만 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화 작업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 폭탄 등의 위협 등을 무기로 해외 완성차 업계에게 자국에서 공장을 설립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도 현지화 작업의 일환으로 미국 내 공장을 세우는 등의 경영 전략을 구사해왔다.

원인2. 강경 노조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강경 노조 때문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지난 2016년 8월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GM 등 자동차 3사 파업으로 생산량은 6만5700대, 수출은 9억2000만달러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파업으로 7조5000억원에 이르는 생산 차질을 빚었고 기아차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합산액이 4조4000억원에 달했다.

즉 강경 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강경 노조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3%로 일본 도요타(5.8배)의 두배를 넘은 것으로 한국자동차협회는 분석했다.

차량 1대당 평균 생산시간(HPV·Hour Per Vehicle)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 기준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은 26.8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포트 21.3시간, GM 23.4시간보다 길었다.

반면 자동차산업협회가 2016년 당시 환율을 원화로 환산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 국내 완성차 업계 임금은 9213만원으로 같은 기간 도요타의 9104만원보다 높았다.

원인 3. GM 군산공장 폐쇄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이 부진한 또 다른 원인으로 GM 군산공장 폐쇄를 들고 있다. 1997년 문을 연 군산공장은 2011년 생산량 26만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 자동차 생산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폐쇄 논란이 불거졌고 급기야 그해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문을 닫았다.

군산 공장의 폐쇄는 군산 지역 경제를 침체기로 빠져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생산을 부진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사진제공=연합뉴스

난관 1. 미 관세 폭탄

문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 부진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 여부가 자동차 산업에 우선적인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조사 보고서를 이번주 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미국 정부는 이 법조항을 근거로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기에 자칫 국내 자동차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0~2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자동차 생산의 부진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관세 예외국으로 빠지기 위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난관 2. 광주형 일자리 사업 안착

또 다른 난관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다. 지난 달 31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 열리면서 4년간 지지부진했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출발점에 섰다.

문제는 해당 사업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사업성, 사업비, 노조 반발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빛그린산단 내 약 62만8000㎡(19만평) 부지에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다. 또 신설법인의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경차를 생산할 예정인데 국내 경차 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합작법인 설립에 필요한 7000억원의 사업비 마련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과 현대차 울산 노조를 비롯한 민노총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숙제다.

난관 3. 친환경 자동차 시장

이런 어두운 전망속에도 한 가지 희소식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은 총 12만3387대로 집계됐다. 전년(9만7435대)보다 26.6% 성장했다.

그만큼 국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전기차 충전소는 전국적으로 3797개소이며, 수소 충전소는 15곳에 불과하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를 6만700대 보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204년까지 수소충전소를 1200개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악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생산량이 400만대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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