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상인 혁파로 얻은 이익은 새로운 독점 구조 만들어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1791년 어느날 한양 남대문 밖 염천교 근처에서는 환호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른바 칠패시장(七牌市場)이라는 난전 상인들이 조선시대 임금 ‘정조’를 칭송하는 환호의 목소리였다.

정조는 이날 ‘신해통공’을 단행한다. 신해통공이란 당시 좌의정 ‘체제공’이 제시한 것으로 금난전권 폐지가 주요 골자이다.

조선은 초기부터 상업을 억제했고 일부 상인에게만 독점권을 허용하면서 종로 육의전을 운영했으며 육의전을 운영하는 상인을 시전상인으로 불렀다.

이 시전상인에게 상권의 독점권을 허용하면서 금난전권(禁亂廛權)이라고 불렀다. 조선중기 이후 남대문 밖 염천교를 중심으로 난전(亂廛)이 들어서면서 시전상인은 금난전권을 내세워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면서 잦은 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정조는 금난전권을 폐지함으로써 난전의 상업활동을 보장하게 됐고 그로 인해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정조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부르게 됐다.

하지만 신해통공으로 시전상인의 독점권은 붕괴됐지만 사상(私商)이라는 새로운 독점상인이 출현하면서 조선후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이야기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면서 규제개혁을 설파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규제개혁은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은 규제개혁을 집중적으로 건의했고 규제개혁을 통해 부진한 경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개혁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사례로 든다. 마차에서 증기기관차로 넘어가는 1800년대 중반 영국의 마차협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내세웠고, 결국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미국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이런 이유로 규제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해통공이 시전상인의 붕괴를 불러왔지만 결국 사상이라는 새로운 독점이 출현하게 됐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 자동차 산업의 후퇴를 야기시켰지만 오늘날 교통문화가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규제개혁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규제개혁을 마냥 늦출 수도 없기에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투자프로젝트 전담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투자가 활성화 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신해통공이 시대를 앞서가는 뛰어는 정책이었음에도 또 다른 독점을 낳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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