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말 바꾸기’ 분통 VS 재건축 중단시 손해보상 부담 커져

반포1단지 3주구 아파트 단지. (사진=김주경 기자)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추진을 놓고 말이 많다. 지난 7월 현대산업개발의 단독 입찰이 성사된 후 5개월 사이 조합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구역에 직접 찾아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현재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은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합원 사이에서 조합장을 중심으로 시공사를 재선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래 약속대로 현대산업개발 시공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 자격을 얻은 후부터 박탈당하기까지 사연은 복잡하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난해 3월 3차례에 걸쳐 현대산업개발만이 단독 입찰에 나서면서 유찰됐다. 경쟁입찰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해서다. 그러다 그해 4월 조합원 측은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수의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특화설계안(혁신안)에 대한 공사비 조율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 차이로 계약 체결에 난항을 거듭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이 입찰과정에서 제시한 8087억원의 공사비에는 보도교(80억 규모 반포천 특화계획)를 비롯해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 지하철 연결통로, 공공청사, 사업시행인가 조건 공사비, 석면조사비용 등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 제안서에는 관련 내용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이런 비용까지 공사비에 포함할 경우 약 1조원이 더 들어간다면서 이는 사업비로 별도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18일 열린 조합원 설명회에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무마됐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시 사업제안서에 반포천 특화비를 제외한 무상특화비 986억원이 빠진 것은 단순 실수로 기재된 데다 이미 산출내역서에 반영됐기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산은 특화설계‧공사범위 등을 놓고 조합과 끝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에 조합원 내부에서도 시공사 선정을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조합원 갈등 내막을 알아보고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사무실을 방문하니 임시주총 투표지가 있는 금고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날 본지 기자는 양측 입장을 들어본 결과 재건축 지연 사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의사결정 정당성 ▲누가 먼저 신의를 어겼는지에 대한 여부 ▲입찰에 따른 유착관계 여부 등이다. 

반포 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 입구. (사진=김주경 기자)

쟁점1. 시공사 해지에 대한 ‘의사절차’ 정당했나.

현대산업개발과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과 임원들이 절차를 무시한 채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한다.

우선협상계약 취소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당초 예정된 투표시간이 밤 10시에 열린 데다 정족수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11시 넘어서까지 투표를 강행했다. 금고 내에 있는 투표용지도 조작한 모습을 CCTV를 통해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공자 취소 투표과정 자체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A씨는 “조합장을 둘러싼 조합원들은 애초에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길 원하지 않았고, 선정이후에도 협상을 계속 미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장을 옹호하는 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고, ‘시공자 선정 취소의 건’을 공식 안건으로 올려 투표를 통해 시공사 자격을 해지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총 1622명 조합원 중 서면결의서 포함 857명이 참석했고 해당 안건에 대해선 745명(약 87%)가 찬성해 안건이 통과됐다.

시공사 재선정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은 본 계약을 하지 않았던 것은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초부터 자금력이 부족한 나머지 과도한 특활설계비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과도한 초과이익부담금에 부담을 느껴왔다고 말한다.

이 조합원 B씨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4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혁신안을 발표할 때는 96가지 공약을 제시했다”면서 “막상 1~3차 계약이 임박하자 되려 조합원들에게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못 해준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2. 누가 먼저 약속 어겼나

시공사를 재선정을 원하는 조합원 측은 현대산업개발은 무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해 조합원들을 현혹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계약 협상과정에서 당초 약속했던 공약이 지켜지지 않아 본 계약 협상이 파기됐다고 말한다.

이들 조합원은 재건축 합의계약서 내용 미달, 혁신안 내 설계안 부재, 반포천 무상 공사 금액 하향, 음식물 이송장치 설치 철회, 1·2차 입찰 계약안 미공개 등을 문제로 들며 현산이 처음부터 무리한 계약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조합원 C씨는 “현산은 지금 (자신들이 불리한) 1·2차 입찰 시 제시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발표한 계약안 내용을 유튜브에 올려놨다가 지금은 서버도 막아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내용이 적힌 종이를 보니 1차와 3차 안이 너무 다른 나머지 조합원들의 초과이익부담금이 많아졌다”며 “현산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계약조건만 놓고 봐도 충분히 우선협상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시공사 자격을 유지하길 원하는 조합원들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가결된 내용은 불법적 요소가 많아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불법은 지난해 11월 13일 최 조합장이 총회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협상 결렬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 이후 임시총회를 소집해 안건을 가결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을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은 불법행위가 분명해 정상적인 가결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적 절차도 불사하겠다”고 응수했다. 

아파트 단지에 최홍기 조합장 해임을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김주경 기자)

쟁점3. 입찰과정에서 ‘유착관계’ 있었나

또 다른 논란은 현산 입찰과정에서 일부 조합원 측과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는 입찰 비리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라 입장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시공사재선정을 요구하는 상당수 조합원들은 현산 측이 조합원 임원(감사‧이사‧대의원) 중 일부를 설득해 본계약 협상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회유했던 시도가 있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조합원 D씨는 “회사 측 관계자가 조합원과 1:1 접촉하는 방식으로 현산 측에 힘을 실어줘서 본계약이 성사되면 아파트 내부 시공조건을 더 잘 해주겠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현산측과 직접 접촉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특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주장에 시공사 편을 드는 조합원 측은 그런 일 없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해 대의원을 역임했다는 조합원 E씨는 “소문의 지원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현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면 본 계약이 원만하게 성사돼 하루빨리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한데 접촉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면서 “몇 십년동안 표류됐던 재건축이 이제 좀 진전이 있나 싶었는데 다시 물거품이 된다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조합원 F씨는 “현산에서 우선협상계약 취소에 대한 소송을 본격화하면 조합원들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주어야 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렇게 재건축이 점점 미뤄지면 결국 조합원만 손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태를 놓고 아직 조합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시공사 자격 취소 공문이 오지 않았기에 시공사 자격이 유효하다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본지 통화에서 “조합원측이 오늘 총회효력중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입찰중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