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트럼프에게 보낸 친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편지 한 통이 역사를 바꾼 사례가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백제 의자왕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신라 김춘추는 고구려 연개소문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사신으로 파견됐다.

처음에 김춘추는 연개소문으로부터 환대를 받았지만 백제 성충의 ‘편지’를 받은 후 돌변해서 김춘추는 투옥됐고, 협상은 결렬됐다. 그리고 나당연합이 이뤄졌고, 고구려·백제가 멸망하면서 통일신라가 세워졌다.

만약 백제 성충이 연개소문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고구려-신라 동맹'이 이뤄졌을 것이고, 그로 인해 나당연합은 역사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편지 한 통에 역사가 바뀐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친서 외교라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변곡점을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친서를 보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친서를 보내는 등 친서 외교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가 과연 2019년 우리 역사에서 어떤 변곡점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교착에 빠진 북미 대화, 친서로 돌파?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12월 30일 문 대통령에게 ‘세밑 친서’를 보내 비핵화 의지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표명했다.

이어 새해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꺼내들었다.

두 개의 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적 관례상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희망과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육성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물론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강경한 발언도 내놓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미 강경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어법이라고 분석했다.

즉, 김 위원장은 새해 벽두부터 친서 외교를 통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기에 앞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친서 외교, 과연 성공할 것인가

다만 친서 외교가 성공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멋진 친서’를 받았다면서 흡족한 반응을 보였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남의 시기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일단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경조성이라는 것은 결국 북미 고위급 회담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이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이행이 이뤄지고 나면 그때서야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보다는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체제 안정 보장이나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 등의 약속을 먼저 받고 난 후에 비핵화 이행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북 제재가 완화 혹은 해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남북 경협 역시 이뤄지기 힘들다.

김 위원장이 연초 벽두부터 ‘친서 외교’를 했지만 그 결실이 맺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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