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이 돼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018년 한해도 이제 저물어 가고 있다. 1월 1일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한해가 기울어 가고 이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다. 올해 한해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또한 올해에도 수많은 사건·사고로 인해 울고 웃는 한해였다. 한해를 돌아보는 이때 뉴스워치는 10대 뉴스를 선정해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다가올 己亥年(기해년) 황금돼지띠 해인 2019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는 태풍이 발생한다는 나비효과를 올해 한반도에 고스란히 접목시킬 수 있었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이 신년사가 세계를 뒤흔들 그런 신년사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인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면서 전쟁 위기설이 파다하게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해마다 8월이 되면 전쟁 가능성이 해외 소식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혹여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면서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뜻을 내비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서막을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뒤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사진제공=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평화올림픽으로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평창올림픽 참여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북한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됐고, 우리나라와 북한이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논의를 하게 이르렀다.

또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막식에 참가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김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자신은 김 위원장의 특사로 왔다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됐다.

그 이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를 보면서 모처럼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북한 특사 방문한 정의용, 김정은-트럼프 만남 교두보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에 화답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특별사절대표단으로 구성해 방북했다.

그리고 3월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정 실장이 해외 언론들을 상대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일정과 장소 등이 논의됐고, 결국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이 열린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지난 4월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최진희 등 남북 가수들이 열창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이 하나되는 ‘봄이 온다’

또한 남북은 예술로도 하나가 된 한해였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지난 2월 8일 북한 예술단이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체제 선전 등이 대폭 줄어들었으며, 우리 측이 익숙히 즐겨 듣는 노래로 구성이 되면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답방으로 우리 측 예술단이 4월 2일 평양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 제목은 ‘봄이 온다’였다. 이 공연에는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강산에, 레드벨벳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두 동참했다.

이로 인해 남북은 예술로 하나가 됐고, 북한은 가을에 답방 차원의 공연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뤄지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역사적인 만남, 판문점 정상회담

4월 27일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만남이 다른 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북한의 지도자가 우리 땅을 밟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면서 언제쯤 북한 땅을 밟을 수 있겠냐고 하자 김 위원장이 “지금 가면 된다”고 해서 깜짝 동반 월북을 하는 등 이날 전세계는 판문점을 주목했다.

또한 도보다리 산책은 역사에 기리 남을 그런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반도에 평화가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상기된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이날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단어를 육성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판문점선언에 ‘비핵화’를 명기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세계에 알렸다.

그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5월 26일 제2차 판문점 회담을 가졌고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사전 리허설 성격이 강했다.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김정일 만남, 비핵화 논의 이어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남을 가졌다.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제3국에서 만남을 가질 것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서 이날 만남을 가졌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흡족한 신뢰를 쌓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선언에서 비핵화를 역시 명문화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이에 세간의 관심은 곧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비핵화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미국은 북한에게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고, 북한은 이미 비핵화 이행 조치를 했으니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지난 9월 19일 밤 북한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관람 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며 주민들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평양에서 비핵화 선언하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18일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평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유엔 감시를 허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날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0만명 앞에서 연설을 했는데 그 주요 내용 중 하나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평양 시민들에게 김 위원장의 약속을 공개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전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다.

또한 백두산 정상을 함께 등반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와 북한에는 순풍이 부는 듯했다.

11월 6일 민주당 하원 장악...곤란해진 트럼프

하지만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북한이 더 이상 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일단 비핵화 협상 테이블은 올스톱된 상태다.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된다는 합의는 이뤄졌지만 그 이외에는 진척된 상황이 아예 없다.

그러다보니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 연내 답방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 정부에게 상당히 많이 화가 나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과 북한의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재 미국과 북한은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