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조서 증거 채택 불가능...결국 법정 진술이 좌우

▲ 12일 오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3시간 넘는 검찰의 고강도 조사를 마쳤다. 윤 전 시장은 이날 검찰의 수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피의자신문조서에 서명을 거부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여성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은 검찰의 수사가 불공정한 수사라면서 조서에 서명날인을 거부했다.

검찰은 영부인 사칭 김모씨에게 4억5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지난 11일 13시간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자금이 6·13 지방선거 공천과 연관돼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윤 전 사장은 채용비리는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윤 전 사장은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내 이성이 마비됐다. 내가 바보가 됐다”고 자책을 하면서도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모씨가 윤 전 시장에게 전화로 개인사 혹은 정치활동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돈을 요구한 행위가 ‘사기(詐欺)’와 ‘선거법 위반’ 모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김씨가 윤 전 시장에게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거다” 혹은 “이번 생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뵀는데 말해주겠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마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검찰은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반면 윤 전 시장은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토끼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진술조서에 대해 서명날인을 거부했다.

서명날인을 거부했다는 것은 해당 진술조서 내용을 피의자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혹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진술을 하게 되면 진술조서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절차로 진술조서의 내용이 맞는지를 피의자 혹은 참고인이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서명날인한다. 이 진술조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법적 효력을 갖추는 행위가 서명날인이다.

이에 서명날인을 받지 않은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혹은 참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진술조서의 수정을 수사기관에 요구를 하는 편이지 진술조서 서명날인 자체를 거부하는 편은 극히 드물다.

진술조서 서명날인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진술조서 내용과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A라는 물건을 훔쳤다”고 진술을 했지만 법정에서 “A라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고 진술 번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재판관은 검찰의 진술조서보다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신뢰한다. 왜냐하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강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고문 등으로 인해 왜곡된 진술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재판관은 모두 채택하지는 않는다.

또한 법정에서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허위진술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진술이 실체적 진술에 가깝다고 재판관은 판단한다.

한편, 검찰 진술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피고인은 개전의 정(쉽게 풀면 반성의 기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중처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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