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도 동남아 투자 열기로 ‘후끈’

▲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자존심 문제로 비화되면서 장기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동남아는 투자 러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도 동남아 투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11월 아르헨티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가 풀릴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에 대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기에 의외로 장기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이라는 투자처를 잃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전쟁이 종식된 후 중국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트럼프-시진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흡사 누가 패를 먼저 공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도박판에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패가 ‘허패(위협카드)’인지 ‘진패(진짜카드)’인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음달 아르헨타니아에서 두 정상은 만난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기에 두 정상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기에 양국간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이 이미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기에 봄바람에 눈 녹듯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물품에 매긴 관세를 완화할 의사가 없으며, 중국이 관세를 통해 더 큰 고통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미국 악시오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경제팀은 시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장칭리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미국 기업인과 로비스트, 홍보담당 간부 등이 참석한 소규모 모임에 참석, 중국 정부의 리더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처럼 양국이 무역전쟁을 놓고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기에 양국 정상이 만남을 가져도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국제사회는 내다보고 있다.

무역전쟁의 장기화, 동남아는 즐거운 비명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가장 바쁜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크게 늘어난 곳이 이 지역이다.

메이뱅크 킴앵리서치 역시 올해 1~9월 베트남 제조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으며, 1~7월 태국은 53% 증가했고, 필리핀도 대폭 증대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로 투자가 몰리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직접 투자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남아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 중 중국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 상당수가 동남아를 교두보로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동남아 시장이 거대 중국의 시장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최근 높아진 교육열 등은 물론 낮은 인건비 등으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풍경./사진출처= 픽사베이

국내 기업,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 활발

우리 기업들 역시 동남아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구체적인 통계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올 상반기 19억 7081억 달러로 지난해 총 투자액 19억 5460만달러를 이미 추월했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은 물론 태국, 필리핀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직접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SK그룹은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5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보복으로 인해 중국 진출에 한계를 느낀 롯데그룹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 인도네시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빈딘성 년호아 산업단지에 1360만달러를 투자해 사료 공장을 준공했다.

더불어 GS그룹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17~18일 태국 방콕에서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테국을 아세안 시장의 교두보로 삼는 전략적인 투자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저렴한 인건비, 거대한 시장은 물론이고 한류 열풍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가 최근 한류 열풍이 불면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선호도도 상당히 높다. 따라서 동남아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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